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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깨끗한 친환경 마을
물과 공기와 흙이 맑게 남는 것을 마을의 첫 조건으로 둡니다. 마을이 들어선 뒤에 땅이 더 나빠진다면, 그 위에서 아무리 좋은 관계를 맺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짓는 순서부터 땅을 따릅니다. 물길과 바람길을 먼저 보고 집을 앉히고, 쓰고 난 물과 음식물은 마을 안에서 다시 흙과 물로 돌려보내는 방식을 찾습니다. 깨끗함은 치워서 지키는 상태가 아니라, 버릴 것이 적게 생기도록 설계한 결과입니다.
지을 마을의 설계안입니다. 한 사람이 정해 내려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 사람들이 같이 정하는 것이라서, 확정이 아니라 초안으로 열어 둡니다.
위의 세 갈래가 마을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다룬다면, 여기 아홉 가지는 그렇게 움직이는 마을이 무엇을 갖출지를 그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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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공기와 흙이 맑게 남는 것을 마을의 첫 조건으로 둡니다. 마을이 들어선 뒤에 땅이 더 나빠진다면, 그 위에서 아무리 좋은 관계를 맺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짓는 순서부터 땅을 따릅니다. 물길과 바람길을 먼저 보고 집을 앉히고, 쓰고 난 물과 음식물은 마을 안에서 다시 흙과 물로 돌려보내는 방식을 찾습니다. 깨끗함은 치워서 지키는 상태가 아니라, 버릴 것이 적게 생기도록 설계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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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에너지 자립'은 전기를 스스로 만든다는 기술의 이야기이기 전에, 더 높은 것을 받치는 바탕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가장 높이 두는 가치는 자유이고, 그 자유는 각자가 정신과 몸으로 서는 자립에서 나오며, 그 자립은 현실에서 경제적·물질적 바탕에 크게 기댑니다. 에너지는 그 바탕의 한 부분입니다.
햇빛과 바람과 땅의 열로 마을이 쓸 전기와 열을 할 수 있는 만큼 마을 안에서 마련하고, 모자라거나 남는 것은 이웃과 나눕니다. 한 집이 모든 설비를 혼자 떠안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기술과 시간과 비용을 모으는 연대로 짓습니다. 연대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바깥의 요금과 공급이 흔들려도 하루가 이어진다는 감각이 각자를 제 발로 서게 하고, 그렇게 선 사람이 비로소 자유를 향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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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 서고 나면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남습니다. 그 여유가 노래와 그림과 이야기로 향하기를 바랍니다. 예술은 먹고사는 일이 끝난 뒤에 붙이는 장식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는지를 서로에게 보여 주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무대나 전시장을 따로 짓기보다, 함께 밥 먹고 일하는 자리가 곧 연주하고 만들고 나누는 자리가 되도록 공간을 엽니다. 누구나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을이 함께 모이는 작은 자리가 이어지는 문화를 같이 가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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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마을의 얼굴이 아니라 손발이어야 합니다. 화면이 사람 사이를 차지하는 마을이 아니라, 에너지가 얼마나 만들어지고 쓰였는지, 물과 먹거리가 어떻게 돌고 있는지를 누구나 볼 수 있게 해 주는 조용한 도구를 둡니다.
기술을 들이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시간을 넓혀 주는지, 빼앗는지. 멀리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배우는 길을 열고, 결정의 기록을 모두가 볼 수 있게 남기는 데는 기꺼이 쓰되,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들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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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과 언어, 인종과 나이, 성별과 종교가 달라도 마을 안에서 사람의 값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좋은 뜻을 한 번 적어 두는 문장이 아니라, 규칙을 만들고 자리를 나누고 일을 맡길 때마다 다시 확인하는 기준입니다.
차이는 지우지 않습니다. 다른 삶에서 온 사람이 섞일수록 마을은 한 방향으로 굳지 않고, 서로에게 배울 것이 생깁니다. 다만 차이에 우열을 매기는 말과 행동은 마을이 함께 멈춰 세웁니다. 우리를 묶는 것은 같은 가치이므로, 겉모습이 달라도 돌아갈 자리는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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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는 한 나라 안에 있지만 한 나라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여러 언어가 오가고, 다른 대륙의 마을과 배운 것을 주고받고,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도 마을의 한 부분이 되는 곳을 그립니다.
먼저 걸어간 세계의 마을들이 우리의 설계를 고쳐 주었듯, 여기서 살아 본 방식도 바깥의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기록이 되기를 바랍니다. 담을 두르지 않고, 드나들고 연락하고 알리는 일을 막지 않는 것이 글로벌 마을의 가장 기본적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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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거나 일을 잃거나 나이가 들어도 혼자 무너지지 않도록, 마을 안에 서로를 받치는 제도를 둡니다. 도움을 받는 일이 부끄러움이 되지 않고, 누구나 언젠가는 받고 언젠가는 건네는 순환이 되도록 설계합니다.
큰 사회의 복지가 서류와 심사로 신뢰를 대신한다면, 서로 얼굴을 아는 마을에서는 사정을 먼저 알아채는 이웃이 그 몫의 많은 부분을 맡을 수 있습니다. 돌봄과 살림에 쓴 시간을 마을의 일로 인정하는 방식, 어려운 때를 위해 함께 떼어 두는 몫은 함께 살 사람들이 모이는 순서에 맞춰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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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중요한 일은 모두가 참여해 정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모두가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엇을 함께 정하고 무엇을 맡겨 둘지, 어떤 일은 빨리 정하고 어떤 일은 천천히 정할지를 먼저 합의합니다.
결정은 닫힌 방에서 하지 않고, 누가 어떤 이유로 어느 쪽에 섰는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규모이기에 규칙은 짧아도 됩니다. 자세한 방식은 정치 설계안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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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골목에서 마음껏 뛰어놀아도 누구도 불안해하지 않는 마을. 곳곳에 이름을 아는 어른이 있고, 차는 사람이 걷는 길 바깥에 머무는 마을을 그립니다.
아이의 행복은 어른들이 서로를 믿는 데서 시작됩니다. 부모 한둘이 모든 것을 떠안지 않고 마을의 여러 어른이 곁을 지키는 곳에서, 아이는 스스로 궁금한 것을 따라가며 자랍니다. 배움에 관한 이야기는 교육 설계안으로 이어집니다.
아홉 가지 모두 초안입니다. 한 사람이 그린 완성도가 아니라, 함께 살 사람들이 고쳐 쓸 첫 줄입니다.